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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이 된 첫날의 순돌이

    아랫집 할머니가 생후 2개월 강아지를 데려가라고 하셨습니다. 3마리 새끼 강아지 중에서 한마리는 어미 강아지 뒤로 숨어버렸고, 다른 한마리는 저희 가족을 보며 엄청 짖었습니다. 그리고 순돌이는 난생 처음 만난 우리 가족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순돌이와 가족이 되었고 그것은 정말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끼 강아지가 3마리나 있었는데 우리에게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한번도 강아지를 키워본적도 없었는데 그렇게 순돌이에게 간택되어서 무모하게 순돌이를 우리집에 데려오게되었습니다.

    입양 다음날 당일치기 여행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순돌이가 우리 집에 온 다음날 저희 가족은 자동차로 편도 4시간이나 걸리는 통영에 당일치기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 아기처럼 태어난 지 60일 된 순돌이만 집에 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어서 당연하게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아침에 순돌이 밥을 잔뜩 먹이고 순돌이만 덜렁 품에 안은채 차에 탔습니다. 사람도 왕복 8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멀미가 올 수 있는데 저희는 그것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침밥도 많이 먹어서 만약 순돌이가 멀미를 했다면 우리 가족에게 지옥 같은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견하게도 순돌이는 전혀 멀미를 하지 않았고, 저희 가족은 즐겁게 여행을 갔습니다. 여행의 묘미인 휴게소에서 호두과자와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하게 되었는데 순돌이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게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휴게소에서 뭘 사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베지밀을 사서 조금 주었습니다. 순돌이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고, 다행히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면 절대 사람이 먹는 베지밀은 주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 때문에 순돌이가 큰일 날뻔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녀왔고 사진도 많이 찍었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강아지 배변패드 설득 실패

    순돌이는 우리집에 온 첫날부터 절대 배변패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방, 작은방, 주방, 거실 집안 곳곳에 배변패드를 10개 놓아서 마음에 드는 장소를 선택하라고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무조건 현관문을 나서서 잔디밭에 가서야 대소변을 해결했습니다. 얼마가 고집이 센지 대소변을 12시간이나 참고 버틴 적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순돌이가 아프게 될까 봐 걱정되어서 제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로 정말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비가 오거나 눈이 무릎까지 쌓여도 제가 빗자루로 눈을 직접 치워서라도 야외에서 배변을 해야만 했습니다. 산속 오지에 살기 때문에 정말 추운 겨울이나 눈보라가 칠 때는 나가기가 너무 힘들지만 대소변을 꾹 참고 아무 말 못 하는 순돌이를 보면 정말 각오를 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순돌이가 우리 집 마당도 괜찮다고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이점은 정말 순돌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만에 하나 꼭 마당 울타리를 넘어서 밖으로 나가서 대소변을 봐야 한다고 순돌이가 우겼다면 저는 조금 슬펐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마당이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순돌이의 배려심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순돌이 하루, 새벽 출근에 밤 10시 퇴근

    아침에 5~6시가 되면 순돌이가 일어나서 저희 가족의 기상시간은 그 시간으로 정해져버렸습니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그 시간대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고 있는 제 옆에서 계속 손을 주고, 뽀뽀를 해주고 옆에서 얌전히 기다립니다. 그 눈빛이 얼마나 간절한지 도저히 일어나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일어난 순돌이는 잔디밭으로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아침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집을 지키다가 저녁 6~7시가 되면 집으로 퇴근합니다. 발을 깨끗이 닦고 털도 깔끔하게 빗질한 후에 저녁밥을 먹고 그래도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립니다. 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코까지 드르렁 골면서 벌렁 뒤집어져서 배를 보이면서 자거나 네 다리를 쭉 뻗고 숙면합니다. 그렇지만 저녁 10시가 되면 순돌이를 깨워야만 합니다. 아이들도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오듯이 순돌이도 마당에 나가서 소변을 보고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집에 들어오면 12시간을 참아야 하는데 그것은 순돌이에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깨우게 되었습니다. 잠에 취한 표정으로 휘청거리면서도 소변을 보려고 나가는 순돌이가 너무 기특합니다. 그렇게 저녁 10시의 일과까지 마치게 되면 순돌이의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정말 순돌이를 성격이나 행동들을 살펴보면 사람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고집이 세지만 가족들을 배려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있을까요? 비록 덩치가 큰 진도믹스견이라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무서워 보일지 몰라도 저희 가족에게는 아직도 처음 만났을 때 우리 가족에게 달려왔던 그 아기 강아지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벅찬 감동과 함께 제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는데 그 꿈을 이루어주려고 순돌이가 제게 달려왔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제 순돌이도 나이를 먹어서 어른 강아지의 나이가 되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 아기 강아지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