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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지리며 달려온 순돌이

강아지 은채 2026. 8. 4. 07:12

목차


    순돌이가 좋아하는 나뭇가지

    여태껏 본 순돌이의 표정중에서 가장 절박하고 안쓰러웠던 모습이 중성화 수술후 다시 만났던 상황입니다. 중성화 수술이 2시간 걸린다고 해서 동물병원 밖에 나갔다가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예상 시간보다 수술이 일찍 끝났는지 순돌이가 대기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보자마자 오줌을 지리면서 막 달려오는데 그 모습에 순돌이가 우리집에 온 첫날이 떠올랐습니다. 새끼 강아지 3마리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 가족의 품에 꼬리치며 뛰어들었던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더욱 아연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럴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와서 먼저 기다렸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엄청 후회되었습니다. 이제 순돌이가 9살이 되었는데 그런 공포심이 가득한 표정을 본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우리가 순돌이를 버리고 가버렸다고 오해했던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순돌이를 안고 집에 돌아오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조금 울어버렸습니다.

    수술전날밤

    생후 6개월 된 순돌이는 예방접종을 의연하게 잘 맞았고 이제 중성화 수술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돌이는 그날도 귀엽고 해맑았지만 저는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순돌이를 안아주고 쓰다듬고 산책도 평소보다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자꾸 중성화 수술을 앞둔 순돌이가 걱정돼서 순돌이에게 강아지 간식인 양치껌을 선물했습니다. 어릴 때는 사료만 먹고 간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서 여태까지 간식을 주고 싶은 마음을 참았지만 그날은 도저히 제 마음이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일 수술도 잘 견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벌꿀향이 나는 강아지 전용 양치껌을 사주었습니다. 그 껌을 처음 먹은 순돌이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껌을 씹으면서도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면서 환장했습니다. 그렇게 먹는 모습을 처음 봐서 강아지 껌은 도대체 어떤 맛일지 저도 먹어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먹지는 않았지만 정말 너무 궁금해서 아빠가 껌 제조사에 사람이 먹어도 되는 성분인지 물어보려고 했다는 웃지 못할 추억도 있습니다. 

     

    순돌이가 싫다고 말하는 방식

    가장 좋아하는 껌을 먹을때는 눈을 빛내고, 바닥에 침으로 범벅해 놓고, 혀를 내밀고 헤헤 웃는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확실합니다. 반면에 싫어하는 것도 말을 하지 못하지만 순돌이는 눈빛과 행동으로 확실하게 표현합니다. 순돌이 발톱을 깎으려고 하면 발을 몸 쪽으로 숨겨버립니다. 그래도 계속 순돌이에게 발톱 깎아야 한다고 어르고 달래면 정말 싫은데 꾹 참는다는 표정으로 발을 쓱 내밀어서 발톱을 깎을 수 있습니다. 발톱 깎기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목욕입니다. 목욕하려고 하면 순돌이는 욕실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불안해합니다. 목욕할 때는 몸에 물을 묻혀도 계속 부르르 물기를 털기 때문에 저까지 흠뻑 젖어 버립니다. 그래서 순돌이 목욕하고 나면 반드시 저도 목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순돌이 목욕하는 날은 자연스럽게 저도 목욕하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발을 내주고, 샴푸하고 씻기는 내 손길을 참는 것이 저에게 보여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발톱깎이와 목욕을 빼면 순돌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순돌이도 제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고 배려해 줍니다. 예를 들면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안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가족들은 일어나서 깨우는데 저한테 오면 깨우지 않고 잘 자고 있는지 쳐다보고 마당으로 출근을 합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가족의 호불호에 따라 행동하는 강아지가 있을 수 있나요? 볼 때마다 순돌이가 강아지 모습을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는 안할 실수

    처음 키워보는 강아지라서 순돌이에게 미안한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예전으로 시간이 돌아간다면 다시는 안 할 실수들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집에 처음 온날입니다. 강아지 용품이 하나도 없는데 덜컥 순돌이의 간택을 받아서 집에 데려와버린 일입니다. 첫눈에 반해서 데려와보니 강아지 사료조차 없어서 허겁지겁 차를 타고 강아지 마트에 달려갔습니다. 어떤 사료를 사야 할지 전혀 몰라서 무턱대도 마트 직원에게 제일 좋은 사료를 달라고 했고, 나중에 알아보니 강아지 사료 중에 가장 비싼 사료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사람인 것이 티가 났는지 강아지 용품을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니까 다 좋아 보여서 구매했더니 50만 원을 한 번에 충동구매해 버렸습니다. 약간 바가지를 당한 것 같고, 순돌이가 쳐다도 보지 않는 물건들도 너무 많아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순돌이 물건을 살 때는 정말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들을 찾아보고 신중하게 용품을 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처럼 잘 알아보고 살펴보고 구매했다면 순돌이가 더욱 좋아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많이 부족하고 못난 누나인데도 순돌이는 변함없이 사랑해주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 피가 이어진 가족이 아니고, 종족도 다르고, 말도 서로 통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사랑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이전 같은 실수는 절대 하지 않고 미리 강아지에 대해 공부 많이 해서 평생 동안 순돌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 마음을 바로 실천하기 위해 오늘 바로 순돌이가 가장 좋아하는 양치껌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