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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돌이가 겁쟁이라서 다행인 이유
    순돌이가 겁쟁이라서 다행인 이유

    날씨가 너무 좋은 가을날 순돌이와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나를 집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평소보다 더 멀리 산책하다가 야산의 초입까지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멧돼지 흔적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덩치 크고 용맹하게 생긴 순돌이가 멧돼지를 엄청 무서워하면서 뒷다리를 후들후들 떠는 모습이 너무 웃겼습니다. 

    야산 산책, 조금 들어갔는데 바로 멧돼지 발자국

    평소에는 길이 있는 곳으로만 산책을 하는데 그날따라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나 바람이 선선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분 따라 걷다 보니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야산 근처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주변에 있는 야산에는 멧돼지, 고라니, 뱀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앞에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려고 했는데, 순돌이가 엄청 냄새 맡는 일에 집중하면서 좀 더 그쪽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있는 낮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저도 좀 더 다가갔는데 갑자기 순돌이가 멈춰서 아주 신중하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뒷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떨리는 것이 보여서 궁금한 마음에 저도 가까이 가서 보니까 선명하게 찍힌 커다란 멧돼지 발자국이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순돌이가 휙 뒤돌아서는 집 쪽으로 온 힘을 다해 저를 끌고 갔습니다. 얼마나 다급한지 저는 발자국이 아니라 멧돼지가 나타났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원래도 순돌이가 겁쟁이인 것을 알았지만 이번 모습은 정말 한참을 웃어버렸습니다.

     

    쥐는 콱, 나는 막대기만

    저희 집 창고에 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쥐가 집안의 주방으로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창고 문을 열었던 불과 몇 초 사이에 쥐가 그것을 나와서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서 쥐가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우선 방문을 다 닫았습니다. 엄마는 쥐가 너무 징그러워서 보는 것도 괴롭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셨고, 저와 순돌이가 쥐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방의 코너로 쥐를 몰아갔고, 쥐는 냉장고 뒤쪽의 틈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저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쥐를 잡으려고 서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걸로 쥐를 찌를 용기는 전혀 없었고 그 쥐를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우리 집 공식 겁쟁이인 순돌이는 전장에 나선 용맹한 기사 같은 표정으로 쥐를 잡으려는 적극적은 몸짓을 보였습니다. 제가 막대기로 쥐를 자꾸 찌르니까 쥐가 냉장고 뒤쪽에서 우리 쪽으로 나왔고 그 순간 순돌이가 쥐를 콱 물어서 잡아버렸습니다. 진짜로 쥐를 잡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순간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쥐를 물고 당당한 게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칭찬을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뿌듯한 모습의 순돌이가 저번에 멧돼지 발자국만 보고 뒷다리 떨면서 도망갔던 그 강아지와 동일하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폭풍 칭찬을 해주고 엄청 용감한 순돌이라고 다시는 겁쟁이라고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순돌이가 겁쟁이라서 다행인 이유

    순돌이는 쥐, 개구리, 뱀 등 집안에 들어오면 다 잡아버리는 사냥꾼입니다. 그렇게 잡고 나서는 꼭 내가 잡았다고 자랑하듯이 저에게 보여주고 칭찬을 받습니다. 그렇게 사냥을 잘하는 순돌이가 멧돼지는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흔적을 발견한 것만으로 꽁지가 빠질 듯이 도망간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순돌이에게 멧돼지는 만나는 상상만 해도 덜덜 떨릴 만큼 무서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멧돼지와 딱 마주친다면 오금이 저릴 것 같지만 순돌이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선택적으로 용감하다가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순돌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겁쟁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만약 무서운 멧돼지를 만났을 때도 순돌이가 달려든다면 크게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채고 도망가는 것이 안전성을 생각한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안에 침입한 쥐를 한 번에 잡는 멋진 모습과 멧돼지 냄새를 맡고 다리가 후들거리던 겁쟁이 같은 모습 들다가 바로 순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반대의 매력이지만 그래도 우리 집을 용기 내서 지켜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집안의 쥐는 순돌이가 잡아줬으니 만약 멧돼지가 순돌이를 위협한다면 제가 꼭 지켜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