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를 한 번도 친 적이 없는데 팔꿈치 바깥쪽이 욱신거린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마우스를 오래 잡거나 요리를 하다가, 혹은 무거운 것을 들다가 팔꿈치 바깥쪽에 찌릿한 통증이 온 게 시작이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도 한동안 오른팔 팔꿈치 바깥쪽이 뻐근하다 싶었는데, 마우스 사용 시간이 길었던 게 원인이었습니다. 처음엔 잠깐 무리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한 달이 넘도록 같은 자리가 아팠고, 그때서야 제대로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통증이 나타나는 위치와 패턴을 알아두면 초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외측상과염과 힘줄 손상
테니스엘보의 정식 명칭은 외측상과염(lateral epicondylitis)입니다. 팔꿈치 바깥쪽 뼈 돌출 부위인 외측상과에 붙어 있는 힘줄에 미세 손상이 반복되면서 염증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테니스 백핸드 스윙처럼 손목을 젖히는 동작이 반복될 때 잘 생겨서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키보드와 마우스 작업, 요리, 공구 사용처럼 손목과 팔을 반복적으로 쓰는 환경에서 더 자주 나타납니다.
문제가 생기는 핵심 구조는 단요측수근신근(ECRB, extensor carpi radialis brevis)입니다. 손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담당하는 근육으로, 이 근육의 힘줄이 외측상과에 붙는 지점에서 반복 자극으로 힘줄병증(tendinopathy)이 시작됩니다. 힘줄병증이란 힘줄 조직이 반복 손상으로 퇴행성 변화를 겪는 상태를 뜻합니다. 급성 염증보다는 만성적인 조직 손상에 가깝기 때문에 단순히 쉰다고 금방 나아지지 않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테니스엘보는 30~50대 성인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으며, 반복적인 팔 사용이 주된 원인으로 보고됩니다 (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주요 증상과 통증 패턴
테니스엘보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팔꿈치 바깥쪽 뼈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특정 동작에서만 찌릿하게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컵을 들거나 문손잡이를 돌리는 동작에서도 통증이 옵니다. 악수하거나 수건을 짜는 것처럼 손목에 힘을 주는 순간 팔꿈치 바깥쪽이 당긴다면 테니스엘보를 의심해 볼 만합니다.
통증이 팔꿈치에서 그치지 않고 아래팔 바깥쪽을 따라 손목 방향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침에 팔꿈치 주변이 뻣뻣하고 팔을 완전히 펴기가 불편한 날이 이어진다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우스를 클릭할 때만 잠깐 아팠는데 그냥 뒀더니 커피잔을 드는 동작에서도 통증이 올 만큼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초기에 가볍게 여기고 같은 동작을 계속하면 힘줄 손상이 쌓여 회복까지 시간이 훨씬 걸립니다.
치료와 재발 방지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같은 자극을 계속 주면 회복이 더뎌지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동작을 먼저 줄여야 합니다. 급성 통증이 심할 때는 아이스팩을 팔꿈치 바깥쪽에 하루 2~3회, 15분씩 대는 것이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테니스엘보 보조기(elbow brace)를 착용하면 힘줄이 붙는 지점에 가해지는 자극이 분산되면서 일상 동작 중 통증이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물리치료 중에는 편심성 운동(eccentric exercise)이 힘줄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근육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저항을 주면서 움직이는 운동으로, 힘줄 조직의 재생을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몸 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도 병행하면 아래팔 바깥쪽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존적 치료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체외충격파 치료(ESWT,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를 고려할 수 있는데, 손상된 힘줄 조직에 충격파를 가해 세포 재생을 유도하는 시술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팔꿈치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동작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정형외과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통증이 잠깐 가라앉았다고 바로 같은 동작으로 돌아가면 재발이 빠릅니다. 힘줄이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자극을 다시 주는 것, 그게 테니스엘보를 만성으로 끌고 가는 가장 흔한 패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