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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는 두 손으로 안고, 순돌이 리드줄은 손목에 걸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와 이사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강아지 이사, 정신없던 첫날
이삿짐 트럭이 도착하고 나서부터 저는 짐 정리는 뒷전이었습니다. 순돌이와 꼬미를 데리고 이사하는 게 이렇게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일인 줄 몰랐습니다. 사다리차가 오르내리고 낯선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니까 둘 다 잔뜩 흥분해서 짖고 뛰어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는 꼬미를 두 손으로 안고, 순돌이 리드줄은 손목에 감은 채로 거의 2시간을 그 상태로 서 있었습니다. 그 사이 제 모니터가 포장은 제대로 됐는지, 어디 부딪히진 않았는지 확인할 정신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풀어보고 나서야 다행히 멀쩡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새집에 짐을 들이기 전에는 먼저 순돌이와 꼬미가 평소에 쓰던 애착 담요랑 장난감부터 챙겨서 방 한구석에 깔아놨습니다. 낯선 공간보다 낯선 냄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빨래를 안 한 담요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예전에 병원에서 추천받았던 페로몬 성분 스프레이도 미리 한 번 뿌려뒀습니다. 그런데도 첫날은 거실에 자리 잡았다가, 짐이 쌓이니 큰방으로 옮겼다가, 다시 정리가 안 끝나서 작은방으로 옮기는 식으로 저희 가족도 애들도 피난민처럼 하루 종일 자리를 세 번이나 옮겨 다녔습니다.
표정이 풀리기까지
이사 첫날밤, 순돌이 표정이 유독 굳어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꼬리라도 살짝 흔들었을 텐데 그날은 눈도 잘 안 마주쳤습니다. 목소리 톤을 높여서 놀이하듯 말을 걸었습니다. 꼬미가 좋아하는 이불을 바닥에 넓게 펴놓고 그 위에서 같이 뒹굴면서 놀았더니, 시간이 좀 지나면서 순돌이 표정도 조금씩 풀리는 게 보였습니다. 이삿날 전에 잠깐 지인 집에 맡길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낯선 이사 현장보다, 낯선 사람 집에 맡겨지는 게 애들한테 더 큰 스트레스일 것 같아서 그냥 제가 데리고 이사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삿짐센터 분들 상대하면서 동시에 애들까지 보는 건 저 혼자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결국 남편이 짐 정리를 전담하고 저는 순돌이와 꼬미만 전담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적응한 줄 알았던 둘째 날 저녁, 제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려고 하니까 문 앞에서 순돌이가 목이 쉬도록 낑낑대며 짖었습니다. 이사처럼 환경이 크게 바뀐 직후에는 잠깐의 외출에도 불안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날부터는 현관 앞까지만 갔다가 바로 들어오는 걸 몇 번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30초, 그다음엔 1분, 이런 식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아주 조금씩 늘려갔더니 며칠 지나서는 제가 나가도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꼬미도 평소엔 안 그러던 애가 화장실 패드가 아닌 곳에 실수를 몇 번 했는데, 이것도 이사 스트레스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해서 혼내지 않고 원래 쓰던 패드 자리를 새집에도 똑같은 위치에 맞춰 놓아줬더니 며칠 지나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산책으로 완성한 한 달
이사하고 일주일 정도는 산책도 새집 바로 앞에서 빙글빙글 도는 정도로만 다녔습니다. 냄새 맡느라 세 걸음에 한 번씩 멈춰 서는 순돌이를 굳이 재촉하지 않고 그 속도에 맞춰줬습니다. 낯선 동네 냄새를 하나하나 익히는 과정 같았습니다. 식사 시간과 산책 시간만큼은 이사 전과 똑같이 맞추려고 신경 썼는데, 이렇게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낯선 환경에서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반경을 넓혀서 다음 골목, 그다음 골목으로 걸어봤습니다. 순돌이는 새로운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걷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얘도 나름대로 동네를 하나씩 외우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동물등록을 해두신 분이 계시다면, 이사하셨을 때 주소 변경신고도 잊지 말고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예전에 등록할 때 이 부분을 놓칠 뻔해서 이번엔 미리 챙겨뒀습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니까 순돌이도 꼬미도 새집 구석구석, 동네 산책로까지 완벽하게 적응했습니다. 다음에 또 이사할 일이 생긴다면, 저는 이번처럼 익숙한 담요부터 챙기고, 외출도 짧게 끊어서 늘려가고, 산책 반경도 천천히 넓혀가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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