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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나갔다 온 것도 아닌데 순돌이 발바닥이 온통 흙범벅이었습니다. 집 앞 잔디밭이랑 텃밭에서 하루 종일 뒹굴다 보니 마당에서만 놀아도 흙을 잔뜩 묻혀 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목욕을 자주 시키는 편인데, 원래 목욕 담당은 아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가 안 계셔서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씻기고 말려봤습니다.
흙투성이로 들어와서 일주일에 한 번
순돌이도 꼬미도 마당에만 나가면 잔디밭이랑 텃밭 흙을 온몸에 묻혀서 들어옵니다. 산책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발바닥이며 배 밑이며 흙투성이가 되어 있으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200평쯤 되는 마당에 잔디밭이랑 텃밭이 붙어 있다 보니, 뛰어놀다가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흙바닥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래서 보통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을 시킵니다. 날씨가 좀 추워지면 그때는 2주에 한 번 정도로 간격을 늘리게 되는데, 그 이유는 추운데 자주 씻기면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진드기 때문에라도 더 신경 써서 씻겨야 하는데, 겨울에는 흙도 덜 묻고 목욕도 조심스러워서 자연스럽게 주기가 늘어납니다.
목욕 주기를 딱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고, 애들 몸 상태를 보고 정하는 편입니다. 냄새가 좀 난다 싶거나 만졌을 때 털이 꼬질꼬질하다 싶으면 예정보다 일찍 씻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며칠째 마당에 별로 안 나가서 그다지 안 더러워 보이면 하루 이틀 미루기도 합니다. 도시에 살면 이렇지 않을 텐데 시골에 살다 보니 목욕이 산책만큼이나 자주 하는 일과가 됐습니다.
목욕만 하면 도망가는 순돌이 꼬미
목욕 시간이 되면 둘 다 눈치를 채고 긴장감이 맴돌게 됩니다. 목욕하려고 부르면 슬슬 뒷걸음질 치면서 도망가려고 해서 매번 잘 달래가면서 욕실로 데려갑니다. 몸에 물을 묻히기 시작하면 표정이 딱 굳고,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욕실 밖으로 나가려고 안에서 빙빙 돌기도 합니다. 순돌이는 덩치가 커서 힘으로 버티면 진짜 못 씻길 것 같은데, 그래도 얌전히 서 있어 주는 게 다행입니다. 보통 순돌이를 먼저 씻기는데, 그동안 꼬미는 욕실 문 앞에서 자기 차례가 다가온다는 걸 아는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서 눈치를 봅니다.
꼬미는 원래도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라 목욕할 때마다 더 심하게 굳습니다. 예전에 애견펜션 수영장에 데려갔을 때도 제 품에서 나오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꼬미한테 물은 여전히 반갑지 않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 씻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꼬리를 흔들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목욕만 끝나면 둘 다 언제 그렇게 도망 다녔냐는 듯이 개운한 얼굴로 집안을 뛰어다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씻기길 잘했다 싶습니다.
저도 어릴때 목욕하는 걸 싫어해서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서 목욕탕에 갔는데, 막상 갔다 오면 개운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면서 아이들도 그런 저를 닮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수건으로 말리고, 순돌이는 드라이 가운까지
목욕이 끝나면 물기를 최대한 수건으로 닦아냅니다. 몸을 감싸고 꾹꾹 눌러가며 최대한 많이 말린 다음에 드라이기로 마무리합니다. 꼬미는 드라이기만 써도 잘 마르는데, 순돌이는 그냥 드라이기로만 말리면 짧고 두꺼운 속털이 사방으로 날려서 온 욕실이 눈 내린 것처럼 됩니다. 그래서 순돌이한테는 입히는 형태의 드라이 가운을 씌우고, 그 안으로 드라이기 바람을 넣어서 말립니다. 정확한 제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이 가운을 입히고 나서부터는 털이 덜 날려서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가운을 처음 씌울 때는 답답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얌전히 있어 줍니다. 아마 드라이기 바람이 훈훈하게 도는 게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진도믹스라 털이 워낙 빽빽해서 완전히 마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가운 덕분에 예전보다는 훨씬 빨리 끝나는 편입니다. 다 마르고 나면 둘 다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신나게 마당을 다시 뛰어다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애써 깨끗하게 씻긴 보람이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아빠가 할 때는 이 과정이 뚝딱 끝나던데, 이번에 직접 해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목욕을 시키면서 온몸을 구석구석 만지다 보면 털 상태나 피부도 자연스럽게 같이 살피게 됩니다. 흙 묻은 걸 씻기려고 시작한 목욕인데, 어느새 애들 몸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도 겸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마당이나 텃밭에서 자주 뒹구는 강아지를 키우신다면, 정해진 주기보다는 아이 몸 상태를 보면서 목욕 간격을 조절해 보시길 바랍니다. 너무 자주 씻기면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고 하니, 흙만 대충 털어내도 될 정도면 하루 이틀 미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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