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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부르면 바로 달려오던 꼬미가 그날은 고개만 살짝 돌려서 저를 쳐다보고 오지 않았습니다. 눈에는 서러움이 가득했고, 그날 이후로 강아지도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강아지 질투, 손바닥 밑에 머리를
꼬미는 제가 순돌이를 쓰다듬기만 하면 어느새 옆으로 와서 제 손바닥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순돌이를 쓰다듬던 손이 밀려나서 결국 꼬미 머리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양손으로 순돌이와 꼬미를 동시에 쓰다듬어 줘도 꼬미는 만족하지 못하고 제 두 손을 혼자만 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처음엔 애교가 많은 아이라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강아지도 보호자가 다른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이면 사이에 끼어들거나 보호자를 밀치는, 질투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외국 연구에서는 보호자가 강아지 인형을 쓰다듬을 때 강아지가 보호자를 밀치고 끼어드는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꼬미의 행동이 단순한 애교가 아니라 나도 봐달라는 표현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강아지 삐짐, 5분 달래니 배 발라당
그날은 순돌이 꼬리에 약을 발라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순돌이 꼬리가 아파서 하루 두 번씩 약을 바르고 있는데, 제가 순돌이 꼬리에만 매달려 있으니까 옆에 앉아 있던 꼬미가 갑자기 등을 홱 돌리고 삐졌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고개만 살짝 돌려서 쳐다볼 뿐 오지 않았고, 눈에는 서러움이 가득했습니다. 그 눈을 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강아지도 기쁨, 불안, 두려움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고, 서운하거나 불편할 때는 등을 돌리거나 하품을 하고 입술을 핥는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어서 평소 모습과 비교해서 봐야 합니다. 꼬미는 평소에 부르면 바로 달려오는 아이라서 이번에는 서운하다는 신호가 확실했습니다.
처음엔 곧 풀리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 눈빛을 보고 나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꼬미 옆으로 갔습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이름을 부르며 등을 살살 쓸어줬더니, 몸이 굳어 있던 꼬미가 5분쯤 지나자 금방 풀려서 배를 발라당 뒤집었습니다. 배를 쓰다듬어 주니 눈을 감고 잠이 올 것처럼 편안해했습니다. 강아지가 배를 보이는 건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지만 보호자를 믿고 마음을 놓았을 때도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또 강아지와 보호자가 서로 눈을 맞추고 쓰다듬으면 애착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함께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겨우 5분 만에 서운함이 풀리는 걸 보니 꼬미가 그동안 얼마나 참았을까 싶어서 미안했습니다.
공놀이도 이갈이 용품도 2개씩
꼬미는 순돌이가 하는 건 뭐든 따라 합니다. 순돌이가 공놀이를 시작하면 꼬미도 공을 물고 와서 저한테 던져달라고 하고, 이갈이 장난감도 순돌이가 물면 꼬미가 바로 옆에 앉아서 따라 물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함께 사는 다른 강아지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면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손바닥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던 모습을 생각하면 꼬미는 같이 하고 싶은 마음과 순돌이만 하게 두기 싫은 마음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순돌이 옆에서 같이 노는 걸 보면 둘이 사이가 좋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강아지 용품은 전부 2개씩입니다. 처음부터 하나만 사서 나눠 쓰게 하지 않고 공이든 장난감이든 방석이든 두 개씩 샀습니다. 여러 마리를 키울 때는 장난감이나 밥그릇처럼 좋아하는 물건을 마릿수에 맞춰 준비하면 다툼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크기는 따로 골랐습니다. 순돌이는 진도믹스라 덩치가 커서 큰 장난감을 사고, 꼬미는 입이 작아서 작은 장난감을 샀습니다. 순돌이 장난감은 꼬미 입에 너무 커서 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처럼 강아지를 두 마리 이상 키우시는 분이 계신다면 용품 개수와 크기를 애들에게 맞게 따로 준비해 보시길 바랍니다.
강아지도 말만 못 할 뿐이지 사람이 가진 감정은 다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순돌이 꼬리에 약을 바를 때도 꼬미 이름을 불러주면서 눈을 맞추고, 약을 다 바르고 나면 꼬미를 먼저 5분 정도 쓰다듬어 주기로 했습니다. 순돌이 꼬리가 다 나을 때까지 꼬미가 서운한 마음이 쌓이지 않도록 챙겨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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