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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잔디밭에서 놀던 순돌이가 내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저는 반갑게 맞이 하기 위해 양팔을 벌렸는데 품에 안기기 직전 해맑게 웃으며 휙 옆으로 가버렸습니다. 그게 바로 순돌이 사춘기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도 사람한테 장난을 친다
순돌이를 부르면 언제 어디서나 웃으면서 달려왔었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못 들은 척하거나 제 옆으로 휙 지나가버렸습니다. 말 안 듣는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꼭 미운 3살 같았습니다. 특히 저한테 안길 줄 알고 양팔을 벌리고 기다렸는데 웃으면서 제 옆으로 지나가버린 순간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순돌이가 어느새 자라서 저한테 이런 장난을 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전까지는 제가 매일매일 순돌이한테 장난을 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순돌이가 옆에 앉아있으면 뒤통수를 손가락으로 콕 찌른 뒤에 순돌이가 쳐다보면 제가 안 그런 척하기도 했습니다. 또 가장 자주한 장난이 마당에서 순돌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공을 멀리 던질 것처럼 행동해서 순돌이가 멀리 뛰려고 준비를 하면 장난감 공을 뒤로 스르르 슬려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공이 사라진 줄 알고 공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제가 공을 뒤로 흘려보냈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저한테 달려와서 빨리 다시 공을 멀리 던지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렇게 장난치고 당황하는 순돌이의 표정을 보는 것이 재밌었는데, 상황이 역전되고 나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저의 이런 표정이 순돌이도 재밌는지 가끔 제가 상상도 못 한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난을 당해도 이렇게 유쾌하고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줘서 너무 좋습니다.
강아지 사춘기,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어른 강아지가 되어가고 있는 순돌이는 어느샌가 다리를 꼬고 앉기 시작했습니다. 엎드려 있을 때는 보통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있었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좀 길어진 다리를 꼬고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놀다가 다리가 겹쳐진 줄 알았는데 볼 때마다 엎드려 있을 때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는 것을 보며 너무 귀여웠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될 때쯤에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데, 우리 순돌이도 평소에 다리 꼬고 앉은 제 모습을 배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래서 애들 앞에서는 물도 그냥 마실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귀여운 두 다리를 겹치고 앉을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순돌이가 말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애기들이 다리를 꼬면 몸이 비틀어지고 혈액순환에 안 좋다고 어른들이 잔소리를 하는데, 저도 순돌이에게 그렇게 잔소리를 해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강아지니까 그런 문제는 없지 않을까 해서 별말하지 않았는데 어른스러운 척하는 순돌이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앞으로도 평생 애기 강아지처럼 느껴질 텐데 순돌이는 이제 유아기를 걸쳐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사랑스러운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가기를 바라며 순돌이가 빨리 어른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다리 꼬는 게 우아한 신사
순돌이의 사춘기는 반항이 아니라 장난스럽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때 키가 쑥 크며 다리도 엄청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어른같이 커다란 몸에 아이 같은 얼굴이 참 대견했는데 그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지금은 9살이 되었고 남부럽지 않은 롱다리를 가진 순돌이가 되었습니다. 사춘기 때처럼 저에게 장난을 치지 않게 되었고, 대신에 엄청 우아한 신사로 커버려서 가끔은 예전의 장난스러운 순돌이가 그립기도 합니다. 이제는 다리 꼬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가끔 다리를 꼬지 않고 있으면 순돌이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면서 손수 다리를 겹치게 만들어줍니다. 그만큼 여유 있고 능청스러운 순돌이의 모습도 너무나 좋습니다. 길고 늘씬한 순돌이의 다리가 부럽기도 하고 어릴 때 해줬던 다리 쭉쭉이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강아지가 다리 꼬는 일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합니다. 다리를 꼬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할아버지가 되어도 우아하게 다리를 꼬는 순돌이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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