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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도록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에도 어김없이 순돌이와 노란 우비를 세트로 입고 산책을 했습니다. 실외배변을 하는 순돌이의 산책 시간은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고라니를 만나버렸고 순돌이의 리드줄을 놓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아찔하고 가슴 철렁한 비 오는 날의 산책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진도믹스와 시골길
우리 집 포함해서 3 가구가 사는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이기 때문에 산책하다가 고양이, 꿩, 고라니 등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산책할 때는 제발 지나가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산책을 합니다. 사냥 본능이 살아있는 순돌이는 무조건 쫓아가려서 힘을 쓰고, 저는 손에 잡고 있던 리드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 순돌이를 놓쳤습니다. 고라니를 쫓아 왼쪽 산에서 오른쪽 산으로 노란 점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울면서 2~3시간 순돌이의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주변 산에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서 놓은 덫이 많아서 그만큼 더 걱정되었습니다. 만약 덫에 걸려서 순돌이가 울고 있는데 제가 그걸 발견 못할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찾아서 잃어버렸던 장소로 다시 돌아왔는데 거기에 바로 기적처럼 순돌이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혼내려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순돌이를 부둥켜안고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 버렸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가 길 잃어버리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으라고 배웠는데, 그걸 우리 순돌이가 해낸 것이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혼내려던 마음이 정말 벅찬 감동과 안도로 변했습니다. 그때의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어릴 때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만났을 때의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순돌이는 이미 내 아들 같고 동생 같고 슬플 때는 같이 부둥켜안고 엉엉 울 수 있는 가족이었습니다.
가슴줄 말고 목줄
우리 집에 와서 처음 산책할 때부터 순돌이는 목줄 대신 가슴줄을 했습니다. 목줄은 순돌이가 달려 나가라고 할 때 순간적으로 제가 당긴 줄에 목이 아플까 봐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번에 빗속에서 순돌이를 잃어버릴 뻔했던 경험을 계기로 큰마음먹고 목줄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바꾸고 나서 순돌이가 고라니나 고양이를 보고 힘을 쓸 때도 제가 리드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번에 비 오는 날 순돌이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제 마음에 평생 멍이 들뻔했기 때문에, 가슴줄을 바로 버려버렸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처음이라서 제가 순돌이를 위한다고 가슴줄을 선택했던 행동으로 인해 위험할 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는 꼭 반려견 정보를 찾아보고 후기들도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힘이 센 강아지를 키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줄 대신에 목줄을 하고 산책하라고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목줄로 재질이 부드러워서 강아지 피부에 상처를 주지 않는 제품들도 많고, 색상도 다양해서 저는 연핑크, 하늘색, 연보라색, 민트색, 노란색 목줄과 리드줄을 세트로 모두 구매해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순돌이의 목줄과 리드줄 색상을 고르고 산책을 나갑니다. 겨울에는 순돌이가 입는 그날의 옷 색상에 맞춰서 목줄과 리드줄 색상을 고르는데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려서 강아지 모델을 시켜야 하나 늘 고민할 정도입니다.
나한테는 덩치 큰 아기
사람들이 진도믹스견을 보면 그렇게 힘세고 무서운 강아지를 왜 키우냐고 묻습니다. 산책할 때도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시선이 싫어서 최대한 사람이 없는 시간에 밖에 나가게 됩니다. 그게 잘 안될 때는 집안에 잔디밭만 계속 빙빙 돌았던 적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진도믹스견의 매력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나한테는 덩치 큰 아기라서 2개월 아기 강아지 일 때와 똑같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낮에 데크에 있을 때는 긴 다리를 우아하게 꼬고 근엄한 표정으로 집을 지키고, 밤에 집에 들어오면 발라당 누워서 배를 보이면서 사람처럼 코를 드르렁 골면서 숙면을 합니다. 그 모습의 차이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진돗개가 집과 주인을 지키려고 행동한다던데 우리 순돌이도 그렇습니다. 낮에는 정말 집을 열심히 지키고 흐트러진 모습을 안 보이는데, 집에 퇴근하고 들어오면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애기처럼 변하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습니다. 능글거리면서 매너가 있는 성격을 가진 순돌이는 인생 2회 차가 아닐까 생각하고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겨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제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 것이 정말 아니고 만나는 사람들이 순돌이 사진을 보면 다들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이 있었다면 정말 강아지 사료 표지 모델이 되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덩치가 큰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소형견을 키우는 것보다는 좀 더 힘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다른 매력이 있고 감동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도믹스 강아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나아져서 사람들이 있어도 산책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순돌이와 강아지카페에도 같이 가보고 싶고 넓은 곳에 가서 다른 강아지들과 인사하며 같이 놀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형견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에 눈치 보면서 산책하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