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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탭 겉면이 이빨 자국으로 너덜너덜해진 걸 보고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강아지도 이갈이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순돌이가 첫째다 보니 그때는 이갈이 장난감을 사줘야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순돌이는 멀티탭도 씹어 먹었다

    순돌이를 처음 키울 때는 강아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멀티탭 겉면부터 너덜너덜해져 있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핸드폰 충전기 선에도 이빨 자국이 나 있었고, 식탁 의자 다리는 나무 부분이 움푹움푹 파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러나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갈이 시기에 잇몸이 간지러워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고 합니다. 그때는 그런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순돌이가 왜 자꾸 물건을 망가뜨리는지도 모르고 혼내기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돌이도 그때는 많이 낯설고 몰랐던건데 혼내기만 해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특히 멀티탭이나 충전기 선은 감전 위험까지 있는데 그때는 그런 위험한 물건인 줄도 모르고 그냥 바닥에 늘어놓고 살았습니다. 다행히 순돌이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만약 큰 사고가 생겼다고 가정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그때부터는 순돌이 입 안에 혹시 작은 상처라도 생기지 않았는지 자주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식탁 의자 다리는 자세히 보면 아직도 그때 물어뜯긴 흔적이 남아 있어서, 볼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물건이 망가질 때마다 속상해서 순돌이를 혼냈는데, 생각해보니 순돌이 잘못이 아니라 제가 미리 챙겨주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이갈이 장난감 사주고 나니 꼬미는 얌전했다

    순돌이 때 고생을 하고 나서야 이갈이 시기에는 씹을 수 있는 장난감을 따로 챙겨줘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꼬미가 왔을 때는 미리 이갈이 장난감을 준비해 뒀습니다. 나무스틱 모양에 닭고기 맛이 나는 연노랑색 뼈다귀 장난감을 사줬는데, 치킨향이 나서 그런지 꼬미가 처음부터 아주 좋아했습니다. 딱딱한 재질이라 이빨 자국이 촘촘하게 남는데, 씹을 때마다 그 자리를 또 씹고 또 씹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 덕분인지 꼬미는 순돌이 때처럼 집안 물건을 물어뜯는 사고를 한 번도 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이갈이 시기를 겪었을 텐데 미리 장난감 하나 챙겨준 것만으로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습니다.

     

    이 장난감은 여전히 순돌이와 꼬미 둘 다 좋아해서 계속 사주고 있습니다. 여러 장난감들 사이에 섞어놔도 둘 다 유독 이것부터 찾아서 무는 걸 보면, 완전히 애착 장난감이 된 것 같습니다. 이갈이가 다 끝난 뒤에도 심심할 때마다 물고 뜯는 걸 보면 처음부터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어릴 때 이가 흔들리면 자꾸 혀로 만지작거리던 기억이 있는데, 강아지들도 비슷하게 답답하고 간지러워서 뭐라도 씹고 싶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6개월부터 시작, 빠진 이는 못 봤다

    순돌이는 생후 6개월쯤부터 이갈이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보통 생후 3개월쯤부터 시작해서 8개월쯤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처음 키우다 보니 초반 신호는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멀티탭을 씹기 시작한 게 눈에 띄게 심해진 시기라서 그때를 이갈이 시작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순돌이도 꼬미도 빠진 이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강아지들이 이갈이를 하면 어딘가에 빠진 이가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강아지 유치는 크기가 워낙 작아서 주인이 못 보고 지나치거나, 놀거나 밥 먹다가 그냥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빠진 이를 못 봤다고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그래도 혹시 우리 애들 잇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다음 병원 갈 때 한번 이빨 상태를 봐달라고 여쭤볼 생각입니다.

     

    그 뒤로 씹혔던 멀티탭은 새것으로 바꾸고 전선 정리함에 넣어뒀는데, 가끔 그 자리를 볼 때마다 순돌이가 그 시기에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했을지 다시 떠오릅니다. 이제는 둘 다 이갈이가 다 끝나서 물건을 물어뜯는 일은 없지만, 그 나무스틱 장난감만큼은 여전히 하루에 몇 번씩 꺼내서 씹습니다. 혹시 저처럼 강아지를 처음 키우시는 분이 계신다면, 생후 3개월쯤부터는 미리 이갈이 장난감을 준비해 두시고, 멀티탭이나 전선처럼 위험한 물건도 꼭 미리 치워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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