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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깎으려고 꼬미 발을 잡으면 아직도 온몸을 덜덜 떨면서 발을 빼려고 합니다. 순돌이가 옆에서 먼저 깎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합니다. 예전에 아빠가 생각해 낸 이 방법을 몇 년째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순돌이가 먼저, 꼬미는 그다음

발톱을 깎을 때는 여전히 순돌이부터 시작합니다. 순돌이가 얌전히 발톱을 다 깎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게 한 다음 꼬미 차례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꼬미 혼자만 발톱을 깎으려고 하면 울부짖고, 발을 숨기려고 몸부림치고, 심하면 오줌까지 싸버려서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순돌이는 원래도 순한 성격이라 발톱 깎을 때도 별다른 저항 없이 얌전히 앉아 있어 줍니다. 순돌이가 옆에 있어야만 그나마 꼬미도 발을 내밀어 줍니다. 예전에는 꼬미 발톱을 깎으려면 매번 동물병원에 가야 했는데, 이 방법을 쓰고부터는 집에서도 충분히 편안하게 발톱을 깎고 있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혀놓고 순돌이 발톱부터 하나씩 깎다 보면, 꼬미가 옆에서 언제 자기 차례가 오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순돌이 발톱이 다 끝나야 꼬미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건지, 아니면 순돌이가 참는 걸 보고 자기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꼬미는 어릴 때 엄마한테 제대로 사회화를 배우지 못하고 자라서, 이런 낯선 손길에 유난히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이 순서가 없으면 꼬미 발톱은 아예 깎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위형 발톱깎이, 크기 따로 두 개

우리집 아이들은의 발톱깎이는 가위형을 씁니다. 순돌이는 발톱이 두껍고 단단해서 큰 사이즈 가위를 쓰는데, 날이 지나갈 때마다 뽀각 소리가 날 정도입니다. 그리고 발톱이 얼마나 두꺼운지 힘을 꽉 주어야만 발톱을 자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꼬미는 발톱이 가늘어서 좀 더 작은 가위를 따로 씁니다. 처음엔 하나로 둘 다 깎아보려고 했는데, 순돌이 발톱에 맞춘 큰 가위로는 꼬미 발톱을 깎기가 오히려 더 불안했습니다. 손에 익은 큰 가위 대신 작은 가위로 바꿔 쥐니까 처음에는 낯설어서 더욱 긴장을 하며 발톱을 잘라야만 했습니다.

 

가끔 전동 그라인더로 갈아주는 방법도 있다고 들어서 한번 바꿔볼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낯선 기계 소리를 들려주면 겨우 적응시킨 게 도로 처음부터 시작될까 봐, 아직은 익숙한 가위만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위를 들고 발을 잡으면 순돌이도 꼬미도 발과 온몸을 덜덜 떱니다. 그 떨림이 느껴질 때마다 저도 같이 긴장하게 됩니다. 고사리만 한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손톱을 하나씩 깎아주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소리로 알아챈다

발톱 깎는 주기를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는데, 대략 한 달에 한 번쯤인 것 같습니다. 날짜를 정해두기보다는 애들 발을 보다가 발톱이 좀 길어졌다 싶으면 그때그때 깎아줍니다. 바닥에 발톱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기 시작하면 그게 깎을 때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마루를 걸을 때 또각또각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날 저녁에는 바로 발톱깎이부터 챙기게 됩니다.

 

깎을 때마다 무서운 마음에 늘 길이를 여유 있게 자르는 편입니다. 너무 바짝 자르면 아플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조금 길다 싶어도 딱 끝부분만 살짝 잘라내는 정도로만 합니다. 찾아보니 발톱이 밝은 색이면 혈관이 비쳐서 어디까지 잘라야 할지 좀 더 수월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발톱을 깎다가 피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순돌이도 꼬미도 매번 긴장한 채로 발을 내주는데, 그 긴장한 만큼 저도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번에 다 깎으려고 욕심내지 않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나머지는 다음 날로 미루기도 합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애들이 덜 힘든 쪽을 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몇 년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해진 걸 느낍니다. 그래도 발톱을 다 깎고 나서 딸깍딸깍 소리가 안 나는 걸 확인할 때마다, 한 달치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놓입니다. 혹시 저처럼 발톱 깎는 게 무서운 분이 계신다면, 완벽하게 짧게 자르려고 하지 마시고 끝부분만 조금씩 여러 번 잘라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순돌이처럼 꼬미도 편안하게 발을 내밀어 줄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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